다이어트
체중은 매일 재도 될까 — 숫자에 흔들리지 않고 기록하는 법
체중계에 매일 올라가는 게 좋은지 나쁜지는 사람마다 답이 다르다. 매일 재면서 숫자에 하루 기분이 좌우된다면 그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다만 재는 방식과 보는 방식을 바꾸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재는 것 자체가 도움이 되나
매일 재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감량과 유지에 유리하다는 이야기가 자주 나온다. 다만 그 이유는 저울에 마법이 있어서가 아니다.
재는 행동 자체가 그날의 식사를 한 번 더 의식하게 만들고, 오르는 흐름을 빨리 알아채게 한다. 즉 도구가 아니라 그 도구가 만드는 관심이 효과의 정체다.
그래서 재고 나서 아무 기록도 남기지 않으면 효과의 절반이 사라진다. 숫자를 보고 지나가는 것과 적어두는 것은 다르다.
하루 사이에 1kg은 아무렇지 않게 움직인다
체중은 지방만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 하루 안에서도 이만큼이 왔다 갔다 한다.
- 수분: 짠 음식을 먹은 다음 날은 몸이 물을 더 붙잡는다. 1kg 넘게 오르기도 한다.
- 음식물 자체 무게: 위와 장에 남아 있는 내용물이 그대로 체중이다.
- 글리코겐: 탄수화물을 저장할 때 물을 함께 끌고 간다. 탄수화물을 줄이면 초반에 빠르게 빠지는 게 대부분 이것이다.
- 호르몬 주기: 주기에 따라 며칠씩 수분이 늘어 있는 구간이 있다.
지방 1kg을 만들거나 없애려면 대략 7,000kcal 수준의 차이가 필요하다. 하루 만에 이 정도가 오갈 일은 거의 없다. 즉 어제보다 0.8kg 늘었다면 그건 지방이 늘어난 게 아니다.
그래서 조건을 고정한다
매일 재는 게 의미를 가지려면 잴 때마다 조건이 같아야 한다.
- 아침에 일어나서, 화장실을 다녀온 뒤에.
- 먹거나 마시기 전에.
- 같은 옷차림, 혹은 속옷만.
- 같은 체중계, 같은 바닥 위치.
조건이 흔들리면 그날의 숫자는 정보가 아니라 잡음이다. 저녁에 잰 숫자와 아침에 잰 숫자를 같은 선에 놓으면 그래프가 톱니처럼 튄다.
하루 숫자가 아니라 선을 본다
매일 재는 진짜 이유는 하루하루를 확인하려는 게 아니라, 점을 많이 찍어서 선의 방향을 보려는 것이다. 일주일에 한 번만 재면 하필 그날이 수분이 많은 날일 때 한 주 전체가 잘못 기록된다. 매일 재면 그런 날 하나쯤은 선 안에서 묻힌다.
보는 방법도 바꾸는 게 좋다. 어제와 오늘을 비교하지 말고, 최근 7일의 평균과 그 전 7일의 평균을 비교한다. 이렇게 보면 "3일 연속 올랐다"고 놀랄 일이 거의 사라진다.
정체 구간은 그래프에서 먼저 보인다
체중이 2~3주 멈춘 것처럼 느껴질 때, 실제 기록을 보면 아주 완만하게 내려가고 있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정말 멈췄다면 그것도 기록이 있어야 확인된다. 느낌만으로는 어느 쪽인지 구분이 안 된다.
기록이 몇 달 쌓이면 감량 속도가 언제 느려졌는지, 그 시기에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되짚어 볼 수 있다. 이게 기록의 가장 큰 쓸모다.
언제 그만 재도 되나
목표 체중에 닿으면 기록을 그만두게 되는데, 사실 그때부터가 더 중요하다. 감량한 체중을 유지하지 못하고 되돌아오는 구간이 대개 이 시기다.
유지 단계에서는 매일 잴 필요는 없다. 대신 이렇게 정해두면 부담이 적다.
- 주 2~3회, 같은 조건으로 잰다
- 되돌아왔다고 판단할 기준선을 미리 정한다 (예: 목표보다 2kg 위)
- 그 선을 넘으면 2주간 다시 기록을 촘촘히 한다
기준선을 미리 정해두는 게 핵심이다. 정해두지 않으면 조금씩 오르는 걸 매번 "이 정도는 괜찮다"로 넘기다가, 어느 날 몇 kg이 올라 있는 걸 발견하게 된다.
체중계는 정확도보다 일관성이다
체중계를 바꾸면 그날 숫자가 갑자기 1kg 넘게 달라지기도 한다. 어느 쪽이 맞는지 따지는 건 큰 의미가 없다. 우리가 보는 건 절대값이 아니라 변화량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요한 건 이런 것들이다.
- 바닥이 단단한 곳에 둔다. 장판이나 카펫 위에 두면 잴 때마다 값이 흔들린다.
- 같은 자리에 고정한다. 위치를 옮기면 영점이 달라질 수 있다.
- 바꾸지 않는다. 바꿔야 한다면 그날 두 체중계로 같이 재서 차이를 기록해 둔다.
체지방률까지 나오는 체중계는 발바닥으로 미세 전류를 흘려 추정하는 방식이라 수분 상태에 크게 흔들린다. 하루하루의 체지방률 변화는 거의 의미가 없고, 몇 주 단위 흐름만 참고하는 정도가 적당하다.
주기가 있다면 한 칸 더
생리 주기가 있는 경우, 주기에 따라 수분이 늘어 체중이 1~2kg 올라 있는 구간이 반복된다. 이걸 모르고 보면 매달 같은 시기에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고 느끼게 된다.
기록에 주기 시작일을 함께 표시해 두면 몇 달 뒤에 패턴이 눈에 보인다. 그러면 같은 구간이 와도 "이 시기엔 원래 이렇다"고 넘길 수 있다. 비교도 지난달 같은 시점과 하는 게 정확하다.
숫자 말고 같이 적을 것
체중이 멈춘 구간에서 그만두게 되는 이유는 대개 "아무 변화가 없다"는 느낌 때문이다. 그런데 다른 것들은 대개 먼저 움직인다.
- 허리둘레 — 줄자로 배꼽 높이에서, 주 1회
- 옷이 맞는 느낌 — 특정 바지 하나를 기준으로 삼으면 편하다
- 계단을 오를 때 숨
- 잠의 질, 아침에 일어날 때 몸 상태
체중이 2주 멈췄는데 허리둘레가 1cm 줄었다면, 그건 멈춘 게 아니라 구성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런 기록이 있어야 그 구간을 버틸 수 있다.
숫자에 흔들린다면
매일 재는 게 스트레스가 된다면 굳이 매일 할 필요는 없다. 다만 이렇게 해볼 수는 있다. 재되 그날 숫자를 보지 않고 적기만 하고, 일주일에 한 번 그래프로만 확인하는 것이다. 점은 촘촘하게 찍히고 감정은 덜 흔들린다.
체중은 결과를 보여주는 여러 지표 중 하나일 뿐이다. 옷이 맞는 느낌, 계단을 오를 때 숨, 잠의 질 같은 것도 같이 적어두면 숫자가 멈춘 구간에서도 뭔가 나아지고 있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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