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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4만분의 1은 얼마나 먼 숫자일까 — 조합으로 보는 확률
로또 1등 확률이 814만분의 1이라는 말은 자주 듣지만, 이 숫자가 어디서 나오는지와 얼마나 큰지는 잘 안 와닿는다. 조합 계산을 직접 따라가 보면 둘 다 분명해진다.
왜 45와 6인가
숫자 개수와 뽑는 개수는 나라마다 다르다. 45개 중 6개를 고르는 방식은 1등 확률이 814만분의 1이 되는데, 이 정도가 "가끔 1등이 나오면서도 이월이 반복될 만큼은 어려운" 지점이다.
숫자를 조금만 늘려도 확률은 급격히 떨어진다. 49개 중 6개면 약 1,398만분의 1이 되어 거의 두 배 어려워진다. 반대로 40개 중 6개면 약 384만분의 1로 절반 넘게 쉬워진다. 여섯 개를 고른다는 조건은 같은데 전체 개수 다섯 개 차이로 확률이 두 배씩 움직인다.
이 민감함이 조합 계산의 성질이다. 아래에서 직접 세어보면 왜 그런지 보인다.
경우의 수 계산하기
45개 숫자 중에서 6개를 고른다. 순서는 상관없다. 이건 조합 계산이다.
먼저 순서를 따지면서 6개를 뽑아 보자. 첫 번째로 고를 수 있는 건 45가지, 두 번째는 남은 44가지, 이런 식으로 이어진다.
45 × 44 × 43 × 42 × 41 × 40 = 5,864,443,200
약 58억 6천만이다. 그런데 로또는 뽑은 순서를 따지지 않는다. 같은 여섯 숫자를 어떤 순서로 뽑아도 같은 조합이다. 여섯 개를 늘어놓는 순서의 가짓수는
6 × 5 × 4 × 3 × 2 × 1 = 720
이므로, 위 숫자를 720으로 나눠야 한다.
5,864,443,200 ÷ 720 = 8,145,060
그래서 1등 확률은 8,145,060분의 1이다. 흔히 말하는 814만분의 1이 여기서 나온다.
이 숫자가 얼마나 큰가
숫자만으로는 감이 안 오니 바꿔 보자.
- 한 장에 1,000원인 표를 모든 조합에 대해 한 장씩 사면 81억 4,506만 원이 든다.
- 매주 한 장씩 산다면, 확률적으로 한 번 맞을 때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약 15만 6천 년이다.
- 매주 열 장씩 사도 평균 1만 5천 년 이 넘는다.
- 서울 인구를 약 940만 명이라고 하면, 서울에서 무작위로 한 사람을 정확히 지목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매주 사면 확률이 쌓이나
"매주 사면 언젠가는 되겠지"라는 생각이 가장 흔한 오해다. 회차마다 추첨은 서로 독립이라, 지난주에 샀다는 사실이 이번 주 확률을 조금도 올려주지 않는다.
물론 여러 번 사면 "한 번이라도 맞을 확률"은 오른다. 다만 그 속도가 아주 느리다. 매주 한 장씩 20년을 사도 한 번이라도 1등에 당첨될 확률은 0.013% 정도에 머문다. 1,000명이 20년을 그렇게 사도 그중 당첨자가 나오지 않는 쪽이 더 흔하다는 뜻이다.
자주 나오는 오해 몇 가지
"안 나온 번호가 나올 때가 됐다." 추첨 기계는 지난 결과를 기억하지 않는다. 매주 모든 조합의 확률은 정확히 같다. 20주 동안 안 나온 번호가 이번 주에 나올 확률은 다른 번호와 똑같다.
"1, 2, 3, 4, 5, 6은 안 나온다." 이 조합이 나올 확률도 다른 조합과 똑같이 814만분의 1이다. 다만 이 조합을 고르는 사람이 많아서, 만약 당첨되면 나눠 가질 사람이 많아진다. 확률이 아니라 배당의 문제다.
"자동보다 수동이 낫다." 어떤 방식으로 고르든 확률은 같다. 다만 사람이 고르면 생일 때문에 31 이하 숫자에 몰리는 경향이 있어서, 당첨됐을 때 나눠 가질 확률이 조금 올라간다.
나머지 등수는 얼마나 되나
1등만 보면 감이 안 오니 아래 등수도 같은 방식으로 세어보자. 6개 중 몇 개를 맞히느냐로 나뉜다.
- 3개 맞히기(5등) — 약 45분의 1
- 4개 맞히기(4등) — 약 733분의 1
- 5개 맞히기(3등) — 약 3만 5천분의 1
- 6개 맞히기(1등) — 814만분의 1
3등에서 1등으로 갈 때 확률이 230배 넘게 떨어진다. "거의 맞혔다"는 느낌과 실제 거리가 얼마나 다른지 여기서 드러난다. 다섯 개를 맞혀도 남은 하나가 나머지 39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계산해 보면 남는 쪽이 정해져 있다
기댓값이라는 걸 계산해 볼 수 있다. 각 등수의 확률에 상금을 곱해서 모두 더한 값이다.
로또는 판매액의 절반가량이 상금으로 돌아가도록 설계돼 있다. 나머지는 기금과 운영비로 쓰인다. 즉 1,000원을 넣으면 확률적으로 500원 남짓이 돌아온다는 뜻이다.
이건 운이 나빠서가 아니라 처음부터 그렇게 만들어진 구조다. 오래 할수록 이 비율에 가까워진다. 그래서 "언젠가는 본전을 찾는다"는 말은 성립하지 않는다.
이 계산은 다른 데도 쓰인다
조합 계산은 로또 말고도 쓸 데가 많다. 형태는 늘 같다. 전체 중에서 몇 개를 순서 없이 고르는 경우의 수.
- 반 30명 중 청소 당번 2명을 뽑는 경우의 수 → 435가지
- 친구 8명 중 4명이 한 조가 되는 경우의 수 → 70가지
- 카드 게임에서 특정 패가 나올 확률
아이와 같이 해보기에도 좋다. 45와 6은 너무 크니 5개 중 2개로 시작한다. 순서를 따지면 5×4=20가지, 순서를 무시하니 2×1=2로 나눠서 10가지. 종이에 열 개를 다 적어보면 계산과 실제가 맞아떨어지는 걸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좋을까
확률이 이렇게 낮다는 걸 알고 나면 오히려 마음이 편해진다. 실력이나 분석으로 좁힐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게 계산으로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번호 조합을 만드는 도구도, 통계 분석이라는 이름이 붙은 방법들도 확률 자체를 바꾸지는 못한다. 무작위로 여섯 개를 고르는 일을 대신해 줄 뿐이다. 그 정도로 보고,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재미로만 즐기는 게 맞다.
번호 뽑기1~45 중 6개를 무작위로 뽑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