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GLP-1 다이어트 주사는 어떤 원리로 식욕을 줄일까
주사를 맞기 시작하고 나서 가장 먼저 놀란 건 체중이 아니라 식욕이었다. 배가 고프지 않다기보다, 먹다가 어느 순간 "이제 됐다"는 신호가 평소보다 훨씬 빨리 왔다. 이게 어떤 원리인지 궁금해서 찾아본 내용을 정리해 둔다.
이름부터 정리하면
관련 글을 찾아보면 GLP-1, 세마글루타이드, 위고비, 오젬픽이 뒤섞여 나온다. 층위가 다른 말들이라 한 번 정리해 두면 헷갈리지 않는다.
- GLP-1 — 우리 몸이 원래 만드는 호르몬의 이름
- GLP-1 수용체 작용제 — 그 호르몬처럼 작용하도록 만든 약의 분류
- 세마글루타이드·리라글루타이드 — 그 분류에 속하는 성분 이름
- 위고비·삭센다 — 그 성분으로 만든 제품 이름
즉 위고비는 제품, 세마글루타이드는 성분, GLP-1은 그 성분이 흉내 내는 호르몬이다.
GLP-1은 원래 몸이 만드는 호르몬이다
GLP-1(glucagon-like peptide-1)은 음식이 들어오면 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약으로 처음 만들어진 물질이 아니라, 원래 우리 몸이 식사 때마다 내보내던 것이다. 문제는 이 호르몬의 수명이 몇 분 단위로 아주 짧다는 점이다.
그래서 약은 이 호르몬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몸에서 훨씬 천천히 분해되도록 구조를 바꾼 물질을 쓴다. 세마글루타이드(위고비·오젬픽), 리라글루타이드(삭센다)가 그런 계열이고, 티르제파타이드(마운자로)는 GLP-1에 더해 GIP라는 다른 호르몬 수용체까지 함께 건드린다.
몸에서는 세 군데가 동시에 움직인다
한 가지 작용만으로 식욕이 줄어드는 게 아니라, 여러 곳에서 동시에 일어나는 변화가 겹친다.
- 위: 위에서 음식이 장으로 넘어가는 속도가 느려진다. 같은 양을 먹어도 위에 더 오래 머무르니 포만감이 길게 간다. 초기에 속이 더부룩하고 메스꺼운 이유이기도 하다.
- 뇌: 시상하부의 식욕 조절 부위에 작용해 "그만 먹어도 된다"는 신호를 키운다. 음식 생각이 하루 종일 머릿속을 맴돌던 게 줄어드는 건 이쪽 영향으로 본다.
- 췌장: 혈당이 올라갔을 때만 인슐린 분비를 돕는다. 혈당이 정상일 때는 크게 관여하지 않아서, 원래 당뇨 치료제로 먼저 쓰이던 계열이다.
왜 용량을 천천히 올릴까
처음부터 최대 용량으로 시작하지 않고 몇 주 간격으로 조금씩 올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위 배출이 느려지는 변화에 몸이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적응 없이 용량을 급하게 올리면 메스꺼움·구토·복통이 심해져서 결국 중간에 그만두게 된다.
용량 단계와 올리는 간격은 약마다 다르고, 같은 약이라도 사람에 따라 담당 의사가 다르게 잡는다. 부작용이 심하면 한 단계에 더 오래 머무르기도 한다. 이건 개인이 판단할 영역이 아니라 처방하는 쪽에서 정하는 부분이다.
왜 매일에서 주 1회로 바뀌었나
같은 계열인데 어떤 약은 매일 맞고 어떤 약은 일주일에 한 번 맞는다. 이 차이는 성분이 몸에서 얼마나 오래 버티도록 설계됐는지에서 나온다.
원래 GLP-1은 분비되고 몇 분 안에 분해된다. 약은 이 분해를 늦추려고 구조를 바꾸는데, 여기에 혈액 속 단백질에 붙어 함께 돌아다니도록 만드는 방식이 더해지면서 지속 시간이 크게 늘었다. 그 결과 주 1회 투여가 가능해졌다.
투여 횟수는 편의의 문제만이 아니다. 매일 맞아야 하는 약은 하루만 빠뜨려도 농도가 떨어지고, 실제로 중간에 그만두는 비율이 높아진다. 주 1회는 그만큼 이어가기 쉽다.
약이 대신해 주지 않는 것
식욕이 줄어드는 건 확실하지만, 그게 자동으로 좋은 식사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먹는 양 자체가 줄면서 단백질이 부족해지기 쉽다. 하루 한 끼도 겨우 먹는 상태가 몇 주 이어지면 체중은 빠지는데 그중 상당 부분이 근육이다.
그래서 주사를 맞는 동안 챙겨야 할 게 오히려 늘어난다. 적게 먹더라도 단백질부터 먹기, 물 충분히 마시기, 가벼운 근력 운동 유지하기. 약은 식욕이라는 큰 장애물을 낮춰줄 뿐, 그 뒤에 무엇을 먹을지는 그대로 남는 몫이다.
얼마나 빠지나
제조사가 공개한 대규모 임상시험 결과가 자주 인용된다. 세마글루타이드 최고 용량을 68주간 사용한 시험에서 참가자 평균 체중이 시작 대비 15% 안팎 줄었다고 보고됐다. 티르제파타이드 시험에서는 그보다 큰 폭이 보고됐다.
다만 이 숫자를 그대로 자기 예상치로 옮기면 거의 어긋난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 평균이다. 같은 시험 안에서도 5%도 못 줄인 사람과 25% 넘게 줄인 사람이 함께 있다. 반응 폭이 사람마다 크게 다르다.
- 시험 조건이 붙어 있다. 참가자들은 식단·운동 상담을 정기적으로 함께 받았다. 약만 쓴 결과가 아니다.
- 기간이 길다. 68주는 1년 4개월이다. 두세 달 만에 같은 비율을 기대할 수 없다.
그래서 "몇 kg 빠지나"보다 "몇 달에 걸쳐 몇 퍼센트"로 생각하는 편이 실제에 가깝다.
잘 듣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일정 기간 써도 체중이 거의 변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시험에서도 반응이 약한 집단이 관찰됐고, 이걸 의지 부족으로 해석할 근거는 없다. 호르몬 신호에 대한 반응 자체가 사람마다 다르다.
이런 경우 담당 의사가 용량 조정, 다른 계열로 변경, 중단 같은 선택지를 검토한다. 스스로 용량을 늘리거나 두 가지를 같이 쓰는 건 위험하다. 부작용은 용량에 비례해 늘어나는데 효과는 그만큼 늘지 않을 수 있다.
끊으면 어떻게 되나
임상시험에서도, 주변 이야기에서도 공통으로 나오는 부분이다. 약을 끊으면 줄어들었던 식욕이 상당 부분 돌아온다. 호르몬 신호를 약으로 흉내 내던 상태였으니, 그 신호가 사라지면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래서 맞는 동안 체중이 얼마나 빠졌는지보다, 그동안 식사량과 생활 습관이 어디까지 바뀌었는지가 결국 남는다. 기록을 남겨두면 나중에 그 차이를 확인하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