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왜 이렇게 닮은 국기가 많을까 — 헷갈리는 짝들 구별법
아이와 국기 퀴즈를 하다가 같은 문제를 세 번 틀렸다. 빨강과 하양이 가로로 나뉜 국기였는데, 인도네시아라고 했다가 모나코라고 했다가 다시 인도네시아라고 했다. 나중에 찾아보니 둘은 정말로 세로세로 비율만 다르다. 아이가 "이럴 거면 왜 똑같이 만들었어?" 하고 물었는데 대답을 못 했다.
닮은 국기는 우연이 아니다
국기가 닮은 데는 대체로 이유가 있다. 크게 세 갈래다.
- 같은 뿌리에서 갈라졌다. 한 나라였다가 나뉘었거나, 같은 제국의 영향 아래 있었던 경우.
- 같은 상징을 공유한다. 종교, 지역 연합, 특정 운동의 색과 문양을 함께 쓰는 경우.
- 그냥 우연이다. 단순한 도형과 기본색 조합은 경우의 수가 많지 않다.
세 번째가 생각보다 큰 몫을 차지한다. 가로 두 줄, 세로 세 줄 같은 단순한 배치에 빨강·파랑·하양·초록을 쓰면 겹치지 않는 조합을 만드는 게 오히려 어렵다.
가장 헷갈리는 짝들
인도네시아와 모나코
빨강 위, 하양 아래. 색도 배치도 같다. 차이는 가로세로 비율뿐이다. 인도네시아는 옆으로 더 길고(3:2), 모나코는 좀 더 정사각형에 가깝다(5:4). 나란히 놓지 않으면 사실상 구별이 안 된다.
폴란드도 비슷한데 이쪽은 순서가 반대다. 하양이 위, 빨강이 아래다. 셋을 한 번에 외우려면 "폴란드만 뒤집혀 있다"로 기억하면 편하다.
차드와 루마니아
파랑·노랑·빨강 세로 삼색. 두 나라 국기는 거의 구별되지 않는다. 굳이 찾자면 차드의 파랑이 조금 더 진하다. 실제로 이 문제로 두 나라 사이에 이야기가 오간 적도 있는데, 결론은 각자 그대로 쓰는 것이었다.
같은 세로 삼색이라도 몰도바와 안도라는 가운데에 문장이 들어가 있어 구별이 쉬운 편이다.
네덜란드와 룩셈부르크
빨강·하양·파랑 가로 삼색으로 같다. 룩셈부르크의 파랑이 더 밝은 하늘색에 가깝다. 이것도 나란히 두지 않으면 알아채기 어렵다.
러시아는 순서가 다르다. 하양이 맨 위, 파랑이 가운데, 빨강이 아래다. 네덜란드와 위아래가 뒤집힌 셈이라 이 둘은 서로 헷갈리기 쉽다.
아일랜드와 코트디부아르
초록·하양·주황 세로 삼색. 순서가 반대다. 아일랜드는 초록이 깃대 쪽, 코트디부아르는 주황이 깃대 쪽이다. 색만 보고 판단하면 반드시 틀린다.
오스트리아와 라트비아
빨강·하양·빨강 가로 삼색. 라트비아의 빨강이 훨씬 어둡고(적갈색에 가깝다), 가운데 하양 띠가 더 좁다. 오스트리아는 세 줄의 너비가 같다.
묶음으로 외우면 편한 것들
북유럽 십자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아이슬란드. 모두 십자가 깃대 쪽으로 치우쳐 있다. 스칸디나비아 십자라고 부르는 이 모양은 덴마크 국기에서 시작해 이웃 나라들로 퍼졌다.
색만 다르므로 색으로 외우면 된다. 덴마크는 빨강 바탕에 하양 십자, 스웨덴은 파랑 바탕에 노랑 십자, 핀란드는 하양 바탕에 파랑 십자다. 노르웨이와 아이슬란드는 십자가 두 겹(테두리가 다른 색)이라는 점에서 나머지와 구별된다.
범아프리카 색
가나, 에티오피아, 세네갈, 말리, 기니 등 여러 나라가 초록·노랑·빨강을 쓴다. 에티오피아가 오래도록 식민 지배를 받지 않은 나라였던 상징성 때문에 그 색이 널리 퍼졌다고 알려져 있다.
배치와 문양이 조금씩 달라서, 한 번 "이건 아프리카 쪽"이라고 묶어 두면 나머지는 세부만 구별하면 된다.
초승달과 별
터키, 튀니지, 알제리, 파키스탄, 말레이시아 등. 초승달과 별이 들어간 국기는 대체로 이슬람권이다. 이것도 묶어 두면 후보가 크게 줄어든다.
색에도 이유가 있다
국기에 자주 쓰이는 색이 정해져 있는 것도 닮아 보이는 데 한몫한다.
빨강·하양·파랑 조합이 유난히 많은 건 프랑스 삼색기의 영향이 크다. 프랑스 혁명 이후 이 세 색이 자유와 공화국의 상징처럼 퍼지면서, 여러 나라가 독립하거나 체제를 바꿀 때 비슷한 색을 골랐다.
초록은 이슬람권과 아프리카에서 자주 보이고, 파랑은 바다나 하늘을 낀 나라에서 흔하다. 노랑은 태양이나 광물 자원을 뜻하는 경우가 많다.
즉 색 선택이 취향이 아니라 입장 표명에 가깝다. 비슷한 처지에 있던 나라들이 비슷한 색을 고른 결과가 지금의 닮은 국기들이다. 이걸 알면 "왜 겹치지?"가 "아,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구나"로 바뀐다.
아이와 할 때의 요령
나라별로 따로 외우지 않는다. 200개를 하나씩 외우는 건 어른도 못 한다. 지역으로 묶고, 그 안에서 다른 점 하나만 찾는 식이 훨씬 빠르다.
헷갈리는 짝을 나란히 놓는다. 따로 보면 둘 다 맞다고 느끼는데, 나란히 놓으면 차이가 바로 보인다. 그 차이를 한 문장으로 만들어 두면 오래 간다. "차드가 더 진한 파랑" 같은 식이다.
국기에 담긴 뜻을 같이 본다. 캐나다의 단풍잎, 레바논의 삼나무, 키프로스의 섬 모양처럼 그 나라를 그대로 그려 넣은 경우가 많다. 뜻을 알면 그림이 이야기가 되고, 이야기는 기호보다 오래 남는다.
틀린 것만 다시 본다. 전체를 반복하면 이미 아는 것에 시간을 다 쓴다. 아이가 막히는 건 대개 위에 적은 몇 짝에 몰려 있다.
정리
닮은 국기는 대부분 역사가 얽혀 있거나, 단순한 도형과 색으로 만들 수 있는 조합이 애초에 많지 않아서 생긴다. 그래서 하나씩 외우는 것보다 왜 닮았는지를 먼저 알고 묶는 편이 빠르다.
아이가 "왜 똑같이 만들었어?"라고 물으면 이제 답할 수 있다. 대부분은 일부러 닮게 만든 게 아니라, 각자 자기 이야기를 담았는데 결과가 비슷해진 것이다.
국기 퀴즈나라 이름 맞히기